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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묘 - 3장까지는 제대로 무섭다 (호러 하이브리드)
    영화.드라마 2024. 2. 23. 00:36

     

    장재현 감독의 '파묘'가 범죄도시3 이후 한국 영화 최고 사전 예매량을 기록했다.

    2023년 한국 영화 '노량'이 31만명, '밀수'가 24만명, '서울의 봄'이 18만명 이었으니 '오컬트'를 표방한 장르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매우 높은 사전 예매량이다.

     
     

    블로거 역시 기대를 갖고 첫 개봉일에 파묘를 관람하였고 '장재현' 감독에게 기대하는 만큼의 기대치(?)를 가지고 즐거운 마음으로 극장에 들어섰다.

     

    장재현 감독은 '검은 사제들(2015)''사바하(2019)'로 국내에서 호러 장르를 개척하는 몇 안되는 감독 중 한 명이다. 그의 세 번째 영화는 어느 정도의 공력이 표현되었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솔직히 그의 전작들에서 블로거 본인이 가진 느낌은 '국내에서 시도하지 않는 장르물을 어렵게 제작하였지만 여전히 오컬트와 호러 장르에서 기대하는 만큼은 아니다' 였다. 즉 모자란 부분이 있었기에 늘 아쉬움이 남는 작품들이었다.

    검은 사제들 감독장재현출연김윤석, 강동원, 박소담, 김의성, 손종학, 이호재, 남일우, 김병옥, 조수향, 박웅개봉2015.11.05.
     
    사바하 감독장재현출연이정재, 박정민, 이재인, 유지태, 정진영, 이다윗, 진선규, 지승현, 타나카 민, 차순배개봉2019.02.20.
     

     

    영화 리뷰를 할 때 스포일을 최소화 한다는 원칙은 항상 지키고 있다. 파묘는 이제 개봉을 했고 향후 본작을 볼 시네필들을 위해 영화의 내용은 역시 언급하지 않을 것이니 내용을 기대하는 분들은 돌아가기를 눌러주시면 되겠다.

     

    영화는 총 6장으로 이뤄졌다.

     

    1. 음양오행
    2. 이름 없는 묘
    3. 혼령
    4. 동티
    5. 도깨비 불
    6. 쇠말뚝

     

    오컬트 장르를 기대하는 시네필들이라면 3장까지는 본인처럼 매우 만족스러울 것이다. 시종일관 유지되는 긴장감과 밀도 있는 연출 그리고 자아내는 특유의 공포와 호기심은 이전의 2편의 영화를 가뿐히 넘어선다. 소위 말하는 '갑툭튀(Jump Scary)'와 '음향효과'로 사람을 놀래키는 1차원적인 공포에 의존하지 않는다. (물론 장르의 관습상 없지는 않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니...) 보는 사람들의 눈과 귀를 스크린에 고정시키는 힘이 대단하다.

     

    아마도 이 부분에 만족한 분들은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서 마무리 되었다면 한국의 정서와 문화 그리고 역사를 기반으로 한 진정한 한국형 오컬트 장르가 정착되었다고 잔치를 열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4장부터 호러의 기조를 유지하지만 다른 분위기로 넘어간다. 이 부분에서 불호가 존재한다. 3장까지 보여줬던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가 아니기에 공포감이 줄어두는 것이 사실이다. 이 부분은 시청하는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것이며 이에 따른 호와 불호가 나뉠 것이지만, 감독이 의도하지 않은 막무가내의 막장이 아니라 철저하게 의도에 의한 연출이기에 취향의 문제이지 영화의 완성도가 폄하되지는 않을 것으로 사료된다.

     

    파묘에 대한 글을 쓰는 이유는 '한국형'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말하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 이다. 많이 들어 본 단어 '한국형 블록버스터' '한국형 액션' ... 등등

     

    여기서 말하는 '한국형' 이란 무엇일까?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달고 나왔던 '퇴마록(1998)'. 1993년 PC통신의 둥지였던 하이텔(시작은 KETEL)에서 연재된 이우혁 작가의 소설로 여러 기록을 가진 판타지 소설이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작품이 있을 수 있다는 희망과 설레임이 있었고 이것을 영화로 만들었던 것이 1998년. 여기에 붙은 것이 '한국형 블록버스터'

    퇴마록 감독박광춘출연안성기, 신현준, 추상미, 오현철, 곽근아, 이민하개봉1998.08.15.
     

    영화의 결과는 대중성을 떠나서 완성도에서도 원작의 이야기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해서 원성이 자자한 영화로 꼽힌다. 그렇다면 이 영화이후 종종 나오는 '한국형'이라는 수식어는 '한국에서 이 정도 했으니 대충 넘어가줘' 라는 의미로 통용되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이번의 '파묘'는 정말로 한국형 오컬트라고 했을 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적어도 퇴마록의 변명같은 캐치 프레이즈는 아니다. 한국의 문화와 정서들이 잘 담겼고 그것을 기반으로 갈등이 증폭되며 유기적인 사건들이 얽히면서 결말을 보여주니 '한국에서 이정도 했으면 잘했지?!'가 아니라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떠나서는 나올 수 없는 정말 한국형 오컬트를 잘 보여준 사례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오랜만에 흩뿌려진 단서들을 이어가면서 골똘히 몰입해서 본 영화이다. 더욱이 국내에서 잘 시도하지 않는 장르물에 많은 대중들이 보여준 호응은 현재까지는 매우 고무적이다. 이것을 보면 한국에서 공포영화는 대중들이 기피하는 장르가 아니라 제대로 된 국내 호러 영화가 많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손익분기점 330만명이라는 이번 영화 '파묘'. 손익분기점을 넘어서 좋은 장르물이 만들어지는 시작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덧붙임))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영적인 존재'는 바다를 건너지 못한다는 것이 상식처럼 굳어져 있다. 예로 엑소시스트(1973)에서도 이라크 북부에서 발견된 조각에 악령이 붙어서 미국을 건너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또 다른 예로 '소금'으로 원을 그려서 악령이 들어오지 못하는 '결계'를 치는 것도 한 예이다. 그래서 염분이 있는 바다를 영적인 존재는 스스로 건널 수 없다. 이런 점에서 파묘의 이야기에서 '어? 전통 오컬트는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고 결국 이 영화는 장재현 감독만의 세계에서 나온 장르물로 이해된다.

     

    덧붙임)) 영화 뒤의 크레딧을 보면 감독의 의도를 알 수 있는 작명이 보인다.

    이도현 배우가 맡은 '봉길'의 성은 '윤'이다. 중간에 '윤서방'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윤봉길'이라고 성과 이름 전체를 부르는 장면은 없다. 다분히 의도적이다.

    풍수사 역을 맡은 최민식의 이름은 '김상덕'이다. 김상덕은 해방이후 '반민족행위특별위원회' 초대위원장으로 친일파 청산에 앞장선 독립운동가 중 한 명이다.

     

    김상덕(최민식), 이화림(김고은), 고영근(유해진), 윤봉길(이도현) - 모두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왜 이 영화가 4~6장이 다른 장르로 전환되는지에 대한 대답이다. 이미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것이다.

     

    김고은이 맡은 젊은 무당 '이화림', 유해진 배우의 장의사 '고영근'... 크레딧을 보고 바로 검색해 보니... 역시 모두 독립운동가이다.

     

    덧붙임)) 영화에서 말한 좌표. 대한민국의 허리 라는 좌표가 나온다. 핸드폰을 꺼내 적고 싶었지만 예의가 아닌지라 적지 못했고 현재 기억하지 못한다. 혹시 기억하시는 분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미리 너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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