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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 - 재난 장르의 클리쉐를 깨다
    영화.드라마 2024. 2. 2. 14:59

    https://www.netflix.com/kr/title/81314956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 |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호화로운 임대 주택으로 휴가를 떠난 가족. 그런데 사이버 공격으로 기기가 고장 나고, 두 명의 낯선 사람이 불쑥 찾아오면서 불길한 일이 전개되기 시작한다.

    www.netflix.com

     
     
     

    클리쉐(Cliche). 책을 인쇄할 때 사용하는 연판(鉛版)을 가리키는 프랑스 단어. 그래서 인쇄 조판에 새겨 넣은 문구가 항상 동일하게 나오니 '판에 박은 문구'와 '상투어' 등으로 쓰이면서 '진부한 표현'이라는 의미로 발전된 단어이다.

     

    '클리쉐적이다'라는 말은 '창의적이지 못하다'는 말과도 같은 것이지만... 그 생명력이 지속되는 것은 그 이상의 다른 표현이 필요하지 않을 때는 이보다 더 좋은 문구가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국내 드라마와 영화에서 '시장보고 왔다'는 대표적인 표현이 '장바구니에 삐져 나온 대파 한 단 (외국의 경우 종이 봉투 위로 삐죽 나온 바게트 빵)'이다. 비록 그 날 저녁식단에 파저리가 나오지 않더라도 시장에서 장을 본 내용이 중요하지 않다면 이를 설명하기 위해 다른 구구절절한 사연을 별도로 할애할 필요가 없으니 클리쉐란 결코 잘못된 표현이 아닌 경우가 된다.

     

    재난 영화의 대표적인 장르적 전개는 언제 어디서 무엇에 의해 이런 재난이 발생했고 이것을 대처하기 위한 방안과 노력을 세세하게 보여주며 구사일생하는 주인공 무리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경우가 제일 많다. 재미있는 것은 주인공이 국가 정보의 핵심 인물이거나 이와 관련된 기관의 소속이 아님에도 신과 같은 천리안으로 가족들과 함께 고군분투하며 탈출하는 모습을 우리는 줄곧 보아왔다.

     

    만약 현재 내가 있는 공간에서 정전과 모든 통신두절 그리고 큰 폭발이 일어난다면?

    나는 과연 이 현재의 상황이 이 공간에서만 일어난 일인지... 도시 전체인지... 나라 전체인지... 세계 전체인지... 순식간에 알아 낼 수 있을까?

     

    패닉! 그 자체일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Leave the world behind, 2023)' 영화는 기존의 재난 영화가 가졌던 클리쉐적인 표현을 전혀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이색적이고 개성있는 스토리텔링이라 생각한다.

     

    이야기 초반의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와 태양
    가족 번개 여행을 떠날 때 통신불량으로 프랜즈(Friends) 시트콤을 못봐서 시큰둥한 표정의 딸 '로지'
     
     

     

    이야기 초반에 달리는 차안에서 동영상 시청이 통신의 불안함으로 들락 날락 하는 것은 시외로 나가면서 일시적으로 그럴 수도 있지 싶은 장면이지만, 사실 이야기의 전조는 이때 부터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후 바다에서 해안가로 돌진하는 거대한 유조선. 그러나 GPS 오작동으로 일어난 단순 사고로 치부...

    이후 벌어지는 대정전, 낯선 이의 방문, 사슴 무리 등장, 통신 두절, 드론에 의한 유인물 살포, 비행기 추락...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재난이 순차적으로 주인공들에게 들이 닫치지만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허둥댄다.

     
    종말을 대비하는 목수 '대니(케빈 베이컨 Kevin Bacon)'
    유조선이 GPS 문제로 해안가로 치닫고 있다. 일반적인 재난물의 경우 이야기는 이제 속도감있게 상승곡선을 타고 가야하지만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는 이러한 전개와 거리가 멀다.

     

    사슴들이 무리지어 주택가에 출몰한다.

     

     

    만약 우리에게 이러한 재난이 닥친다면 가장 현실적으로 우리가 겪게 될 가정을 보여주는 사실적인 영화인 것이다.

     

    J.J 에이브럼스(J.J Abrams)제작의 클로버필드(Clover Field, 2008)는 이러한 방식으로 재난에 처한 주인공을 모큐멘터리로 보여준 현실적인 재난 영화였고, 콘크리트 유토피아(2023)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재난 이후 살기 위한 투쟁에 초점이 맞춰진 디스토피아 얘기였다면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는 재난 직전의 상황을 가장 리얼하게 표현한 드라마라고 생각된다.

    클로버필드감독맷 리브스출연리지 캐플란, 제시카 루카스, T.J. 밀러, 마이클 스탈-데이빗, 마이크 보겔, 오데트 애나벨, 앤줄 나이갬, 마곳 파리, 테오 로시, 브라이언 크러그만개봉2008.01.24.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엄태화출연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김도윤, 박지후개봉2023.08.09.

     

    기존의 장르물처럼 사건의 큰 변곡점을 따라 절정에 이루는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본 이야기는 이와는 매우 다른 이야기의 결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대중적인 큰 환호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붉은 색 무언가가 드론에서 투하되는 장면은 섬뜩한 장면 중 하나이다. 작중 인물도 시청자도 정확하게 그것의 실체를 몰라서 공포에 빠지게 되는데...

     

     
    아랍어로 '미국에 죽음을' 이라는 의미의 유인물. 무인 드론에서 살포한 유인물이다. 또 한편으로는 '한국어 유인물'도 있다고 목수 대니를 통해 듣게 된다. 그리고 중국이 배후라는 말도 나오면서 현재의 상황을 더 알 수 없게 만든다.
    가장 현실적으로 공포스러웠던 장면. 테슬라의 자율주행이 오작동하면서 테슬라의 차량이 연쇄충돌하는 장면. 최근 '주행 중 업데이트를 실행하여 차가 먹통이 되었다'는 테슬라 오너의 커뮤니티 글이 있었는데 실체가 정확하지 않은 '~카더라'로 넘겼지만 이 장면을 보고 저럴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태양폭풍에 의한 통신장애일지... 테러리스트에 의한 미국 본토의 공격일지... 작중 인물들과 같은 심정으로 이야기에 집중하며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이야기이다. 한가지 명확한 것은 기존의 재난을 다룬 이야기에서 클리쉐적인 표현에 지친 이들에게 신선함을 준다는 점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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