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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디스 - 타임슬립 장르의 신선함. 미래는 바뀐다.
    영화.드라마 2024. 2. 2. 14:03

    https://www.netflix.com/kr/title/81252916

     

    넥플릭스에서 공개된 8부작 '바디스(Bodies, 사이 스펜스 Si Spencer의 그래픽 노블 원작)'는 영어권에서는 꽤 시청률을 올리며 인기를 올렸지만 국내에선 크게 주목받지 못한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SF 드라마이다.

     

    제목이 우선 '시체(Bodies)'로 되어 있어 혹시 좀비물과의 복합장르일까도 잠시 생각했지만... 좀비물에서는 보통 'The Dead'를 기본으로 사용하니 이건 아닌 것이라 바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간략한 소개글!

     

    "각기 다른 시간대에 사는 네 명의 형사. 그리고 한 구의 시신. 영국의 미래를 구하려면 역사의 흐름을 바꾼 살인 사건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음~~~ 추리극!!!! 시간을 오가면서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는 SF라!!!!

     

    우선,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복잡다난하게 플롯을 꼬아 놓기 때문에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이야기의 흐름을 놓쳐서 몰입을 못할 수가 있다. 더욱이 설정의 미비와 연출의 문제로 집중이 되지 않을 경우 중간에 시청을 포기하게 되는데, 바디스는 그런 부분에서는 자유롭다. 즉 매우 세련되고 훌륭한 연기와 영상들로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성공적이다. 이야기가 종료될 때까지 왜 이러한 현상이 각기 다른 시간대에 발생하였고 긍극적인 결말이 무엇인지를 잘 풀어나갔다. 이야기의 꼬임이 풀리면서 허무하거나 플롯의 문제가 발생하지도 않는다. (물론 블로거가 놓쳤을 수도 있다 ㅠㅠ)

     

    타임슬립의 경우 아버지가 아들이되고 아들이 다시 아버지가 되는 돌고 도는 순환구조를 갖게 되는데 여기서 설정 오류가 나면 결론이 매우 빈약하게 되어서 '왜 과거로 혹은 미래로 갔지? 안 갔으면 아무 문제 없었던 것 아닌가?' 하는 허무함이 들게 된다. 바디스는 최소한 이러한 허무함은 없고 2023년 런던 대폭발로 50만명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하고 이러한 사회 혼란을 막고 새로운 사회를 만든 2053년의 카이알 조직의 일라이스 매닉스가 1984(조지 오웰)의 빅브라더 같은 역할로 나온다. 그리고 이에 반기를 두는 '위험한 예배당'이 등장하고 이 사이에서 생긴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는 이야기이다.

     

    이야기에서 4개의 시대를 이끌고 가는 각기 다른 형사가 포인트인데, 그 설정이 매우 흥미롭다.

     

    1890년의 알프레드 힐링헤드 형사는 이성애자였지만 어떠한 계기를 통해 동성애에 눈을 뜨고 본인의 성정체성을 알게 된다. 영국에서 동성애에 대한 시선은 매우 엄격했고 그 분위기는 20세기에 이어서도 결코 좋지 않았다. 일례로 AI의 태동을 알린 앨런 튜링이 동성애자로 겪었던 고문과 같은 치료로 끝내 1954년 자살을 하기도 한 것은 하나의 사례이다. 그만큼 동성애는 개인의 성적취향이 아니라 '질병'으로 분류하여 치료받아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던 국가 중 하나이니 1890년 빅토리아 여왕시절의 힐링헤드 형사가 겪어야 하는 사회적 박해는 무척 심했을 것이다.

     

    1941년의 찰스 화이트먼 형사는 유대인이고 2차 세계대전이라 불안한 위치에 있다. 유대인으로서 2차 세계대전 하에 놓인 인물이라면 무엇을 더 설명할 수 있을까?

     

    2023년의 사하라 하산 형사는 인도계 흑인 무슬림으로 히잡을 착용하지만 모스크에는 들어가지 않는 싱글맘이다. 근래 유럽에서 무슬림에 대한 공포와 적개심이 만연한 것은 여러 뉴스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사항이다.

     

    2053년의 아이리스 메이플우드 형사는 하반신 불구이지만 과학의 도움으로 스파인 장치를 부착하고 생활한다. 장애인으로서 일반인들과 같이 살아간다는 것은 어느 시대와 어느 나라에서건 쉽지 않은 일이다. 아이리스가 카이알 조직에 매우 충성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로 이 '스파인'이라는 과학장비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카이알의 뜻에 반했을 때는 그 어떠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미래 사회이다.

     

    이렇게 각기 다른 시대의 4명의 형사에게 동일한 시신 한 구가 동일한 장소에서 발견되고 이를 조직적으로 음폐하려는 시도가 있다. 이를 파헤치는 각기의 이야기가 촘촘한 플롯으로 잘 짜여서 이야기의 긴장감을 잘 살리고 있다.

     

    더욱이 사회적 소수자들에 의해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는 것은 더욱 더 어려운 일이고 거기에 따르는 각종 음모와 방해물이 더욱 커지는 과정을 긴장감있게 이야기에 잘 녹여내었다.

     

    정치적 올바른(Political Correctness)이 이야기와 결합되었을 때 자연스럽지 못한 설정과 메시지만을 강조하여 대중의 호응을 받는데 실패한 사례가 여럿 있었다. 그런 면에서 바디스는 단순히 PC를 주제에 어설프게 담지 않고 장르적 특유의 힘을 잃지 않으면서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야기에 녹여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게 된다.

     

     

    1890년부터 시작하여 2053년까지 이어지는 사건에서 (아직 우리는 2024년에 머물러 있지만) 과연 우리는 과학과 문명의 발달로 더 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가 묻게된다. 여러 번의 혁명과 첨단화로 자본주의는 현재 어디로 치닫고 있는지... 우리는 우리의 자유의지로 진보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덧붙임)) 개인적으로 타임 슬립의 최고봉은 '타임 패러독스(Predestination, 2014)'라 생각한다. 이야기가 끝날 때는 정말 동공이 커지고 입이 벌어지는 반전을 경험하게 된다.

    타임 패러독스감독마이클 스피어리그, 피터 스피어리그출연에단 호크, 노아 테일러, 사라 스누크, 크리스토퍼 커비, 마들린 웨스트, 프레야 스태포드, 짐 노블로치, 엘리스 얀센, 케이트 울프, 헤일리 부처개봉2015.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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