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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인장 사이의 집 - 평온한 가족에 가려진 가시
    영화.드라마 2024. 3. 21. 00:05

    폴 펜(Paul Pen)의 소설 '선인장 사이의 집(la casa entre los cactus, 2017)'을 칼로타 곤잘레스 아드리오(Carlota González-Adrio) 감독이 연출한 영화이다.

     

    아빠와 딸이 스페인 외진 마을 장터에서 즐겁게 장을 보는 화목하고 일상적인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염소를 피하려다 교통사고가 일어나고 그 사고로 큰 딸 '리스'를 잃고 마는데... 그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부부의 행동이 있게 된다. 이 집안에 뭔가 말 못할 사연이 있음을 짐작케 한다.

    이렇게 목가적인 일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었던 이야기는 바로 미스터리 구조를 띄지만 이내 다시 평온한 가정의 모습으로 이어지며 보는 이들을 아리송하게 만든다.

     

     
    마을과 멀리 떨어진 산속 외딴 곳에서 부부와 다섯 딸이 함께 살아간다. 사고로 첫째 딸이 사망하고 네 명의 딸과 함께 거의 자경으로 삶을 영위한다.

     

     

    이후 인적 없는 외딴 곳에 딸 넷과 함께 사는 부부 엘머와 로즈가 있다. 그들의 터전은 선인장이 무성하고 다소 문명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지만 고요하고 평화로와 보인다. 릭 이라는 여행객이 길을 잃어 우연히 이 집을 방문했을 때 낯선 방문객에게 물과 저녁 그리고 잠자리를 제공하는 친절도 베푼다. 마치 인심좋은 시골의 평범함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 평온해 보이는 공간 속에서 남은 네 명의 딸들이 방문객에게 보이는 호감에 대해 부모가 보이는 묘한 기류가 흐르고 여행객은 우연을 가장한 방문이었음이 드러나면서 이 집안에 내재된 깊숙한 어둠의 꺼풀이 하나씩 벗겨진다.

     

    이러한 스타일이 일반적인 스릴러물의 표현은 전혀 아니다. 그렇다고 오컬트식의 스멀거리는 공포와도 거리가 한참 멀다. 어쩌면 밋밋하고 느슨해서 스릴을 전혀 느끼지 못할 수도 있는 매우 낯선 표현이다.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는 상태에서 알 수없는 작은 긴장감을 만들고 마지막 결말에서 이야기의 많은 부분이 밝혀진다.

     
    셋째 딸이 마을 우체국에 들려 우편을 보낸다. 이 우편물은 각기 3명의 여인에게 전달되고 이야기 속의 가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해 아주 작은 단서를 제공한다.
     

     

    선인장은 척박한 기후에서 생존하기 위해 넓은 잎대신 날카로운 가시로 수분 손실을 최소화 하면서 살아간다. 기후에 적응하여 진화한 결과인 것이다. 이 가족 역시 언제 무엇을 위해 이렇게 가족이라는 단위를 이루며 외딴 곳에 살게 됐는지는 설명이 없지만, 그들 나름대로 현재의 삶을 지속하기 위해 선인장같은 날카로운 가시를 숨기며 살아가는 존재들처럼 보인다.

     

    선인장 뒤에서 쌍둥이 막내 둘이 놀이를 하고 있다. 데칼코마니 같은 장면이 인상적이다.

     

    독특한 미스터리 구조물을 원하는 시청자들에게는 새로운 맛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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