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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그맨 - 불행이 있는 곳에 신이 개를 보낸다면 이 땅에도 보내 주오
    영화.드라마 2024. 3. 15. 21:59

     

    도그맨 감독뤽 베송출연케일럽 랜드리 존스, 조조 T. 깁스개봉2024.01.24.
     

    프랑스의 상업영화를 대표하는 '뤽 베송(Luc Besson)' 감독의 신작 '도그맨(Dogman)'은 그간의 영화를 통털어 정수를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다. 한 평론가는 이에 대해 '가공도 재탕도 약삭 빠른 뤼크 베송' 이라고 평하였는데... 이도 맞는 표현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여전한 재탕일 수도 있고 늘 한결 같으면서도 새로움이 묻어나는 것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야기 시작 부분의 미스터리. 언뜻 성별을 구별하기 힘든 주인공의 모습과 트럭 뒤에 가득 실려있는 개들의 모습. 초반에 호기심 장치를 충분히 활용하여 이야기에 몰입될 수 있는 분위기를 잘 만들었다.
     

    부분적으로 뤽 베송 전작 중 동물과의 연관성으로 '그랑 블루(Le Grand Bleu, 빅 블루 Big Blue, 1988)'도 연상되고, '니키타(Le Femme Nikita, 1990)' 처럼 평범했던 인물이 비범한 상황에서 변모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또한 '레옹(Leon, 프로페셔널 The Professional, 1994)'처럼 같이 있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다른 존재(마틸다)와의 공존을 보여주는 면도 보인다.

    그랑블루 감독뤽 베송출연장 르노, 쟝 마르 바, 로잔나 아퀘트, 폴 쉐나, 세르지오 카스텔리토, 마크 듀렛개봉1993.05.15.
     
    니키타 감독뤽 베송출연장 르노, 안느 파릴로드, 장 위그 앙글라드, 체키 카료, 마크 듀렛, 패트릭 페레즈, 패트릭 폰타나, 알랑 라디에르, 에릭 프랫, 자크 부데개봉1990.06.30.
     
    레옹 감독뤽 베송출연장 르노, 나탈리 포트만, 게리 올드만, 대니 에일로, 마이클 바다루코, 엘렌 그린, 피터 애펠, 프랭크 셍거개봉1995.02.18.
     

    얼핏 그래픽 노블이나 소설의 원전을 차용했을 것 같은 제목과 느낌이지만 뤽 베송 감독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프랑스에서 한 남성이 아들을 4년간 개와 함께 우리에 가둔 사건 기사를 읽고 영감을 얻어 제작된 영화이다.

     

     
    개들에게 사랑을 주었다는 이유로 개들 우리에 갇힌채 지내는 더글라스. 아버지의 총탄으로 척추를 다쳐서 보조기구 없이 단독 보행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맨'이라는 제목 때문에 대중적으로 익숙한 마블과 DC의 히어로물을 떠올리기 쉬운데 이와는 매우 결이 다른 히어로 액션이다. 그러나 이 영화를 히어로물이라고 퉁 치기에는 매우 곤란한 무엇인가가 있다. 우선은 주인공이 슈퍼맨처럼 매우 정의롭지도 않고, 그렇다고 조커 처럼 반사회적 안티는 아니며, 스폰처럼 마냥 다크하지만도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명 도그맨의 삶을 현재에서 과거로 주인공 더글라스(Douglas Munrow)의 대사를 통해 마치 재연드라마처럼 펼쳐지는 이야기를 보다 보면 그가 행했던 일들이 대체로 이해 가능한 선에서 수긍이 된다는 점이다. 자신의 범법에 대해서 의적같은 합리화를 하지만 무엇이 되었건 범죄 행위인 것은 사실이며 또한 악당을 응징할 때는 가차없이 정의롭다. 이러한 이중적인 캐릭터를 통해 일관성있는 이야기로 전달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인데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주인공 역을 맡은 '케일럽 랜드리 존스(Caleb Landry Jones)' 덕분이다.

     

     
    더글라스와 동거동락하는 많은 개 무리. 자신의 이웃을 괴롭히는 빌런을 응징하는 장면에서 유머와 긴장이 조화를 이룬다.

     

    현실과 비현실 혹은 합리와 비합리.이 모두를 가진 중심 캐릭터를 배우 케일럽 랜드리 존스가 감독의 의도 이상으로 연기하였기에 완성될 수 있었다. 드랙퀸(Drag Queen, 여장 퍼포먼스)을 하는 장면에서는 부분적으로 '헤드윅(Headwig)'이 연상되기도 한다. 로버트 존스 밴드(Robert Jones Band)에서 보컬과 드럼을 맡으며 뮤지션으로서도 활동하고 있는 케일럽이기 때문에 가능한 퍼포먼스이다.

     

     
     
     

    헤드윅을 순간 떠 올렸던 몇 몇 장면들. 드랙퀸으로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한다.

     

    이 영화를 빛낸 또 다른 주역은 바로 115 마리의 개들 이다. 촬영 현장에만 25명의 전문 훈련사가 참여하였고 잘 훈련된 개들만 캐스팅하는데 3개월 이상이 소요되었다고 하니 케일럽 랜드리 존스와 함께 115마리의 개들이 완벽한 앙상블을 이루며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야기의 당당한 주역들인 115마리의 개들. 특히 문지기 같은 가드 역할의 도베르만이 돋보인다.

     

    기상 천외한 초능력으로 무장한 다른 히어로 영화를 보다 보면 너무나 특별해서 오히려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좀 더... 좀 더를... 첨가하면서 자극의 양만 증가하다보니 오히려 무덤덤 해지고 식상해지고 스타일에만 치중하며 이야기의 본 못습을 벗어나는 히어로물들을 많이 봐왔다. 이와 비교했을 때 개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은 너무나 평이하고 좀처럼 특별해 보이지 않지만 주인공 더글라스는 니키타와 레옹 처럼 외로움의 극한에서 성장하면서 천편일률적이지 않은 어쩌면 너무나 인간적인 면모의 또 다른 우리 안에 내재된 히어로를 보여준 작품으로 기억된다.

     

     

    초반의 텍스트를 연상시키는 십자가와 어우러지는 주인공들(더글라스 + 개들)의 마지막 모습.

     

     

    덧붙임)) "불행이 있는 곳마다, 신은 개를 보낸다 (Wherever there is an unfortunate, God sends a dog)"로 시작되는 문구는 시인 '알퐁스 드 라마르틴(Alphonse de Lamartine)'의 시에서 가져온 문구이다. 신을 인정하고 인간과 오랜 시간 공생한 개를 찬양한 내용으로 초반의 종교적 의미의 문구가 마지막 장면에서 첨탑의 십자가 그림자와 주인공 그리고 개들이 겹쳐지면서 종교적 분위기로 처음과 끝을 잘 연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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