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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여운 것들 - '전복(顚覆)'의 낯설움과 즐거움
    영화.드라마 2024. 3. 19. 00:05

     

    가여운 것들 감독요르고스 란티모스출연엠마 스톤, 마크 러팔로, 윌렘 대포개봉2024.03.06.
     

    '요르고스 란티모스(Yorgos Lanthimos)' 감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그의 세 번째 장편영화 '송곳니(Dogtooth, 2009)'가 처음이었다.

    송곳니 감독지오르고스 란디모스출연크리스토스 스테르기오글루, 미셸 발리, 아게리키 파루리아, 마리 초니, 흐리스토스 파살리스개봉2012.01.05.
     

    보는 내내 '무슨 이런 이야기가 있나?' 하는 낯설움불편함이었다. 딱 한 가지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문명의 풍파로 부터 내 가족을 지키고 싶다'는 아버지의 마음. 그러나 그 지켜주고 싶다는 방법론을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송곳니의 이야기처럼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이렇게 신선하지만 찜찜한 여운과 포용하기 힘든 얘기를 만든 감독은 이후 '더 랍스터(The Lobster, 2015)'에서 송곳니와는 다른 부드럽고 덜 거칠지만 예의 특이한 관점은 여전하며 그 허상을 지탱하는 '세계관'은 무척 날카로우면서도 공감이 많이 되는 이야기로 진화되어 있었다. 작중 세계의 중심사고를 전혀 SF의 장르를 가져오지도 않으면서 저 무시 무시한 미래의 묵시론적 얘기를 이렇게 능청스럽고도 천연덕스럽게 할 수 있나 싶었다. 송곳니와는 또 다른 충격!

    더 랍스터 감독요르고스 란티모스출연콜린 파렐, 레이첼 와이즈, 레아 세이두, 벤 위쇼, 존 C. 라일리, 제시카 바든, 올리비아 콜맨, 애슐리 젠슨, 마이클 스마일리, 안젤리키 파푸리아개봉2015.10.29.
     

     

    매 작품마다 기존의 관념을 극명하게 뒤집어 엎으면서 파격적인 새로움을 선사했던 란티모스 감독은 '앨러스데어 그레이(Alasdair Gray)''가여운 것들(Poor Things, 1992)'이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자신만의 가여운 것들을 완성하고 있다. 원작에서 중심이 되었던 스코틀랜드 사회와 정치 비판 그리고 남성 화자들에 의한 전개를 '벨라(Bella Boxter)'라는 여인(정확하게 피조물)을 중심에 위치시키면서 란티모스 특유의 '뒤집어 엎기'를 보여준다.

    겉으로는 전작들에 비해 매우 세련되고 화려한 영상을 보여주지만 '전복(顚覆)'이라는 특유의 세계는 여전히 빛을 발한다.

     

    이야기 초반의 고풍스럽고도 매력적인 파란색.

    노골적일 수 있는 성적인 장면이 전부였다면 영상미 좋은 '포르노그래피'라고 치부될 수 있지만 성인이 이 영화를 보면서 말초적 자극을 느끼기는 불가능하다.

     

    매음굴에서 일을 하며 성적관계에 탐닉하기 시작하는 벨라 박스터. 몇 번의 경험 후에 성매매 시스템의 합리적인 개선(?)을 위한 의견을 성경을 인용하면서 말한다. 그러나 '매음굴이 원래 그래!'로 마무리된다.

     

     

    우선 눈에 띄는 독특한 컬러! 정말 빅토리아 시대에는 저런 색감의 세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매력적인 블루 컬러에서 흑백으로 전환되며 이야기는 벨라가 여행을 떠나고 경험하면서 알아가는 것이 많아질 수록 매력적인 컬러로 전환된다. (...중간 중간 흑백으로 시간 전환...) 고혹적이고 몽환적인 색상은 여주인공의 성장과 함께 같이 분위기를 한층 높여주고 의상 역시 헐렁한 일상복에서 몸에 붙는 구조적인 옷으로 바꿔 입는다. 이 역시 벨라가 세상의 규범과 상식을 알게 되면서 겪는 변화이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하나 하나 세상과 부딪치며 알아가는 과정'을 디테일하게 표현한 것으로 전면에 보이고 들리는 행동과 대사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프레임 안팍의 무대를 어떻게 표현해야 디테일을 살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란티모스 미장센이다.

     

    독특한 컬러와 무대를 표현하기 위해 세트장에서 인공조명으로 대부분 촬영되었다. 그리고 극한의 광각렌즈로 화면의 왜곡과 비네팅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언뜻 인상주의 화풍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가여운 것의 완성도를 더한다.

     

    독특한 컬러와 무대를 표현하기 위해 세트장에서 인공조명으로 대부분 촬영되었다. 그리고 극한의 광각렌즈로 화면의 왜곡과 비네팅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언뜻 인상주의 화풍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가여운 것의 완성도를 더한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피조물(Creature)라는 공통점으로 프랑켄슈타인의 여자 버전 혹은 포스트모더니즘 해석... 이라는 평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성인의 외형이지만 태아의 뇌를 이식 받은 여주인공 벨라가 하나씩 배워간다는 점이 프랑켄슈타인의 인물과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다른 점은... 아니 매우 다른 점은 '섹스'를 통해 세상을 본다는 '파격'이 존재한다는 점이고 이로 인해 불편 혹은 불쾌감을 느끼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명불허전의 연기를 보여준 엠마 스톤(Emma Stone)과 윌럼 데포(Willem Defoe)는 가여운 것들을 더 완성도있게 만드는 일등공신이다.

     
     

     

    사람이 모여 만든 사회. 그 사회에서 필요한 규범과 상식. 이렇게 정착되는 것에 대해 의문을 달기보다는 순응하는 것이 보편적인 삶이라고 할 때, 한번 쯤 가져 보는 '왜?'에 대해서 자유자재로 다루며 때로는 (헛)웃음이 나오는 유머와 위트가 있고 한편으로는 날카로운 칼날이 폐부를 도려내듯 꿰뚫어 보는 비판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색다른 시선과 깊은 통찰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의 작품에 선뜻 다가가기 힘든 사람들은 아래 그의 단편 '니믹(Nimic, 2019 - 한글자막 서비스 있음)'을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10여분의 짧은 단편이라 시간적으로 무리가 없고 그의 뒤엎기 한판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 단편이 공감된다면 그의 전작들을 무리없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니믹 감독요르고스 란티모스출연맷 딜런, 다프네 파타키아개봉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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